지난 1월, 서울 집을 구하기 위해 직방도 보고, 다방도 보고, 피터팬 직거래 카페도 참고해서 볼 방을 정리해 약속을 잡고 부산에서 올라가서 하루만에 싹 다 돌아서 봤다.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 출장차 서울에 오신  아버지를 만나 낙성대 세곳, 서울대입구 세곳, 대학동 세곳 정도를 보니 하루가 다 가 있었다. 정말 비싼데 방은 정말 작고.. 그런방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나마 방이 제일 큰, 서울대입구 쪽 방을 하기로 하고 내려와 바로 계약을 했다.


계약할 때는, 그저 방이 크니 좋다고 생각 했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일단, 창문을 열면 바로 옆 건물이 있고, 방 자체가 북향이다. 그래서 방에서 살면서 햇빛을 본 적이 없다. 낙성대 쪽 부동산에서 '서울에서 햇빛비치는 집이면 정말 좋은 곳'이라며 볕이 드는 1층방을 소개해 주었을 때, 그땐 별 생각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공감한다. 


볕이 들지 않으니 빨래를 해서 널어도 결과가 시원찮고, 아침이 되어도 아침같지 않고.. 부산집에선 남향에 가까운 남동향이라 햇빛때문에라도 눈부셔 일어났는데, 여기선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빛이 들어오는게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그래서 주말에는 우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방을 계약할 때, 부동산에서는 능청스럽게 2년 계약서를 프린트해오던데, 1년으로 고쳐서 한게 정말 잘한 일 같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부터 집 근처 새로 건물을 올리는 곳이 있어, 호기심에 건물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방을 물어보고 하고, 직접 만나서 건물 소개도 들었다. 평수는 지금 방보단 조금 작지만, 그래도 남향이고 층이 높아 햇빛은 잘 들어올 것 같았다. 그러다가 건물주인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저씨는 건축회사를 운영하시는 분이고, 방배동 쪽에서 여러 건물을 올린 알아주는(?) 분이라고 하셨다. 거기다가 아침에 출근할 때 마다 보면 현장에 나와계시고, 이것저것 신경쓰시는 모습을 보니 뭔가 더 신뢰가 갔다.


그러면서 시간 날 때 마다, 서울대입구 근처 부동산을 싹 돌면서 매물 확인도 하고, 가격 비교도 하고 나름대로 비교분석을 하고, 고민에 고민 끝에 그 방을 하기로 하고 오늘 인생의 첫 부동산 계약을 했다. 고민한 시간에 비해, 계약서 도장은 10분만에 찍고 끝나버리니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방 계약이 2월 중순까지인데, 준공이 늦어져 중간에 갈 곳 없이 애매하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걱정은 걱정이고, 앞으로 입주 전까지 새 집에 대한 여러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갈 것이다.

Posted by 딕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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