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6일 목요일, 고양아람누리 음악당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서울디지털밸리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폴포츠가 한 무대에 섰습니다. 저는 그 무대에서 비올라로 함께 연주했는데, 준비하고 연주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7월 중순, 올해 말에 있을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던 도중 `폴포츠와 함께하는 기획연주회를 계획 중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보통 아마추어 연주자로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이고, 또 앞으로 제 연주 인생에 이렇게 큰 연주는 많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되었습니다.
준비한 연주회 곡은 총 15곡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서곡, `영광의 탈출`로 시작한 연주회는 폴포츠 솔로, 소프라노 김민형씨, 가수 양정모씨와의 듀엣으로 곡을 구성했으며 마지막에는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과의 듀엣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자세한 레퍼토리는 포스터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1. 연습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다 보니, 단원들 모두 악기 연주 말고 다른 생업이 있는 분들이라 매주 수요일, 일과가 끝난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정기연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조금 부족해, 토요일 오후에 세 시간씩 추가연습을 더 했습니다. 대학원생으로서 연구실 생활 하면서 저녁에 시간을 내 연습을 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연습을 마치고는 좋은 단원분들과 술을 마시며 힘들었던 것을 멀리 날려버렸어요.
2. 리허설, 그리고 트러블
10월 1일 토요일, 폴포츠와 다른 솔리스트들이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리허설을 서초동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리허설을 하면서 폴포츠와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합니다. 오케스트라가 자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게 큰 이유였는데, 보통 성악가 반주를 오케스트라가 하면 솔리스트가 지르는 부분에서는 지휘자가 그것을 기다려주면서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맞춰주어야 하는데, 우리 지휘자님이 그런 부분에서 솔리스트를 많이 배려해주지 않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그 외에도 솔리스트들과 함께하는 리허설인데도, 연습을 오케스트라 위주로 이끌어가셔서 폴포츠가 기분이 많이 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연주자인 저로서도 폴포츠에게 맞춰야 할지 지휘자님의 지휘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조화롭지 못했습니다. 폴포츠는 연습 후 `한 오케스트라 안에 다섯 개의 오케스트라가 있는 줄 알았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클레임이 기획사를 통해 오케스트라 운영진에게 접수되었고, 운영진에서는 공연을 5일 앞두고, 지휘자 교체라는 강수를 두게 됩니다.
3. 마지막 세 번의 연습
그렇게 새로 오신 지휘자님은, 국내 최고의 민간 오케스트라 중 하나를 지휘하시고 성악 반주 오케스트라 지휘를 주로 하시며, 폴 포츠와도 여러 번 맞춰본 경험이 있는 지휘자였습니다. 폴포츠도 그 지휘자님과 같이한다는 말을 듣고는, `더 리허설 할 필요 있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새 지휘자님 지휘 스타일은 비전공자인 제가 보기에도 쉽게 지휘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지휘가 명확해 연주하기 편했습니다. 곡의 진행을 지휘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지휘자님께서 폴포츠가 어디서 어떻게 부르는지, 곡을 늘이는 정도는 어떤지 경험으로 다 알고 계셔서 그것에 맞게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새 지휘자님을 급하게 섭외하다 보니, 연습시간도 일요일 밤 8시~11시, 월요일(개천절) 오후 5시~8시, 화요일 밤 8시 반~자정까지로 편성이 되어 연습하기 편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단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도와주고, 전공자 객원선생님들도 본인 일정을 변경해가며 일정에 맞추어 주어 성공적으로 연습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4. 공연전
제 자리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맨 앞에서 바로 지휘자님 보며, 수많은 의자들을 보니 더 기대 되었습니다.
5. 공연, 그리고 또 문제
무대에 올라가기 3분 전, 마지막으로 음을 조율하던 도중 비올라의 네 현 중 하나인 D 현이 갑자기 터져버립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른 비올라 단원분께 D 현을 급하게 빌려 끼우고, 다시 조율해서 일단 무대에 올랐습니다. 새 줄 특성상 맞게 조율을 해도 음은 계속 내려가고, 그렇다고 계속 조율하기엔 눈치가 보이고, `네 번째 곡 처음에는 나 혼자 나오는 빅솔로가 있는데!!` 하면서 속으로 전전긍긍하면서 연주를 했고, 결국에는 내려간 음 만큼 운지를 잘 올려 짚어서 연주를 했습니다.
1부 끝나고 내려갈 때 다시 확인해보니 반음 넘게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연을 마칠 때까지 내려가는 현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며.. 머리를 많이 쓰며 연주를 했습니다. 덕분에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도 여러 번 했고요.
하지만 공연은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관객도 1,000명이 넘는 분들이 와주셨고, 많은 분들의 환호 속에 무대를 아주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공연 정리를 하고 나서는, 광화문에서 폴포츠가 쏘는 뒤풀이를 폴포츠와 함께 즐기는 것으로 공연의 마무리를 했습니다.
6. 마무리
휴대전화 판매원을 하다가 Britain`s Got Talent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우승으로 유명해진 폴포츠는 자신도 아마추어로 시작했기 때문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이 더 뜻깊다고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이번 공연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큰 무대에 올라 처음으로 솔리스트의 음악에 맞춰 제대로 성악반주를 해보았고, 취미로 하는 악기에 대한 열정들이 모여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격스럽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멋진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준 서울 디지털밸리 오케스트라 운영진분들을 포함하여 공연 준비에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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